인공호흡 필요한 식물인간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 포함
[중앙일보] 입력 2009.08.26 01:31
의료계 지침 초안 처음 공개
의료계가 연명치료 중단 지침 초안을 내놨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으로 구성된 ‘연명치료 중지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지침을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연명치료 중단 질환과 연명치료 의료 행위를 폭넓게 잡았다.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식물인간도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 포함했다.
지침 초안에 따르면 수시간 또는 수일 내 사망할 임종환자나 뇌사(腦死) 환자, 인공호흡기 없이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하 중증 식물인간)을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 대상으로 정했다. 대법원 판결로 호흡기 제거 후 두 달 넘게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김모 할머니 같은 경우는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을 때라면 중단 대상이 된다.
그동안 연명치료 중단 대상 질환으로 말기암만 주로 논의돼 왔으나 이번에 에이즈, 만성 신부전 질환 등으로 확대했다.
연명치료에 해당하는 의료 행위를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영양과 수분공급, 체온 유지 배변과 배뇨 지원, 진통제 투여, 욕창 예방 등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초안은 연명치료 중단 대상 질병에 해당하는 말기 환자가 의사 결정 능력이 있을 때 의료진이 연명치료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 연명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도록 권고하거나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권유할 것을 규정했다.
이런 절차를 밟은 환자가 임종 상황이나 뇌사, 중증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면 연명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료지시서를 쓰지 않아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중증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면 병원윤리위원회를 열어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윤리위가 환자의 평소 의사를 추정한다는 것이다. 윤리위에서는 담당의사 외에 두 명의 전문의가 판단하도록 했다. 임종환자나 뇌사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도록 했고 가족의 동의를 받아 의사가 판단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이 지침을 다음 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이번 지침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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